예전에 공연장에서 일한 적이 있다. 그때 같이 일하는 선배가 1년내내 가지고 다니던 책이 한 권 있었다.
표지가 예쁘고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기억하고 있었지만 정작 읽어보지는 않았다.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 읽으면 될 일이었는데 그땐 왜그랬을까?
가끔씩은 인생에 기적이라고 말하긴 그렇지만 그래도 굉장하다는 생각이 드는 우연이 일어나곤 한다. 마치 나미야 잡화점에서 일어난 기적처럼, 결국 이렇게 되려고 그랬던 걸까?싶은 순간말이다.
선배가 들고 다녔던 책은 히가시노 게이고가 쓴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다. 뇌리에 선명하게 남아있었으면서 정작 작가가 누구인지도 몰랐던 책, 매번 읽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도서관에서 찾아보지 않았던 그 책은 내가 공연장일을 그만두고 3년이 지난 어느날, 친구가 보낸 택배박스에 들어있었다.
속표지에 친구가 남긴 메세지를 읽고서 첫 장을 펼치기도 전에 이 책이 내게 특별한 존재가 되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런 생각도 했다.
'이러려고 그동안 이 책을 읽지 않았던거야.'
책의 표지를 펼친 건 한창 위염에 시달리던 5월말이었다. 아파서 잠을 이루지 못하던 새벽에 책의 첫페이지를 펼쳤다.
본능적으로 위안을 찾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지. 속표지를 바라보고 첫장을 펼쳤다. 작가의 짧은 문장에 페이지를 넘기기가 쉬웠다. 머리 아픈 생각을 접기도 좋았고, 심각한 상황에 감정소모를 하지 않아서 편했다. 속이 안 좋아서 조금씩 나눠서 읽었지만 읽으면서 계속 울었던 기억이 난다.
내 이야기를 꺼내기엔 비참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냄새나는 공감과 위로를 얻고 싶다면 나랑 비슷한 처지의 책을 읽으면 된다.
그렇다고 이 책의 주인공들이 비참하다는 것은 아니다. 힘든 상황에서도 그냥 놓아버리지 않고 옳은 답이 있을지 고민하고 부끄러워하면서도 도움을 청할 용기가 있으므로, 오히려 대단하다. 그리고 그들에게 돌아오는 든든한 답장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대단한 기적인지 모른다.
아래로 굴러떨어지기 싫다는 이유만으로 포기해버리면 그 순간 이미 늪의 바닥에 잠겨버린것이나 다름없다. 언제나 옳은 선택을 고민하고 도움을 청하고, 조언을 받아들일 마음의 힘이 있다면... 어쩌면 해피엔딩을 맞을 수 있다. 이 책의 주인공들처럼 그간 걸어온 길의 방향이 살짝 틀어져 있더라도 다시 되돌릴 기회를 얻을 지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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