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HALLENGE/#BurnBook

7월의 부록: 법의학으로 보는 한국의 범죄사건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순전히 미스테리한 사건에 대한 흥미 때문이었는데,

미스테리 스릴러 소설이 흥미를 목적으로 창작된 창작품임에 반해 이 사건집은 실제 일어난 범죄를 옮겨적은 것이므로 무게감이 확실히 달랐다. 그리고 또 한가지, 사건들의 나열을 통하여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범죄사건의 현황을 대충이나마 둘러볼 수 있었으며 이 사회가 처한 문제상황이 무엇인가하는 생각에까지 이르게 한다.

 

그러나 이 책이 이러한 범죄사건을 그만한 무게를 느낀 채로 서술하고 있느냐고 한다면 개인적으로는 부정하겠다. 화자는 사건의 대부분이 성범죄이거나, 남성이 여성을 살인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가볍게 느끼는 인상을 주었다. 부부간 억지로 성관계를 맺는 장면을 금슬이 좋다고 퉁쳐버리거나... 성범죄사건을 특이한 성적 취향으로 인해 일어난 소동쯤으로 취급하는 점이 그랬고 덕분에 불쾌했다. 또 생각난다. 형님이 피 빼는 꼴을 못본다는 고집으로 혈액형이 다른 자기가 병원 몰래 대신 수혈을 해, 결국 그 피를 받은 형수님이 죽은 사건... 사람은 이미 죽었는데 자기들끼리 잘못을 용서하며 화목한 결말을 맞이했다... 지금 생각해도ㅋㅋㅋㅋ 피 뽑기 싫다고 동생에게 넘긴 놈이나 병원의 말을 무시하고 몰래 수혈자를 바꿔치기 한 놈이나 죄다 사람을 죽인 자들이면서 자신들끼리는 그걸 아름다운 미담인양 소개하는 것이... 이 책의 전반적 분위기ㅎ 읽다보면 여자죽음은 이 사람들한텐 정말 아무것도 아닌가? 하는 분노가 생긴다.

 

이 책의 지은이는 나이가 많으니 현대적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질 수 있음을 이해한다쳐도, 출판사와 편집자들은 주의했어야 하는것 아닐까? 사람들이 쉽게 흥미를 가지면서도 무거운 사회문제를 다루는 책이기에 좀더 신중했더라면 훨씬 좋은 책이 되었을 텐데. 아쉬움이 들고, 추천하지는 않는다. 죄다 남자가 여자를 죽이는 사건이라 이를 반복해서 읽다보면 정신적으로 피폐해진다. 돈이 얽힌 사건이 생각보다 적고, 여성이 남자범죄자의 심리에 거슬렸다는 이유로 죽임을 당하는 경우가 이렇게나 많다. 읽다보면 다 넘겨버리고 싶다. 화자의 태도가 조금 달라서 심각성을 인지하고 사건을 바라보는 시야를 달리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생각만 했던 책. 더불어 "영원한 질문에 답을 주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법의학이 지닌 의의가 무엇인지도 희미하게만 남아있는 느낌이라 더욱 아쉽다.

 

난... 언내추럴을 원했을 뿐인데... 언내추럴과 방향이 아예 다른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