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정말 알쏭달쏭했던게 책의 첫인상이다.
신의라는 단어도 神에 조사가 붙은 신의 인지, 아니면 신의라는 한자단어인지 고민했는데 카르테는 또 무슨 단어람.
알고보니 카르테는 차트의 독일어였다. 의사이야기니까 차트가 나오는건 이해가능이지만 신의 카르테라는 이 이상한 조합은 모순적이기도 하고, 소설의 내용과 들어맞는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그렇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것은 일본의 작은 시에 위치한 병원이다. 365일 24시간 진료 간판을 걸고 영업하는 이 병원의 근무환경이 열악한 건 보지 않아도 뻔한 사실. 간호사의 2교대 근무에다 (심지어 간호주임 도자이 간호사가 매번 등장하는걸 보면 오프도 몇개 없을게 뻔하다) 의사들도 몇명 없어 병원에 살다시피 근무하는 곳이다. 책은 이 오래된 병원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담았다.
그렇게 바쁜 와중에 더 바쁜 한 사람이 바로 주인공 의사. 유난히 재수가 없는 건지 당직 설 때마다 응급실이 터져나가는 기구한 운수를 가지고 있으며, 성미도 독특하다. 책을 많이 읽어서 문어체에 가까운 말투를 쓰는데서 성정이 드러난다. 이런 사람 주변엔 비슷하게 개성이 두드러진 인간들이 모이는 법인데 각 권마다 그런 사람들과 얽힌 에피소드를 꽤나 인상깊게 풀어낸다. 문장력이 뛰어나다기 보단, 엄청 다른 생각을 하지만, 선한 성정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라서 그렇다. 덕분에 마음에 도장을 찍듯 꾸욱, 하고 누르는 장면들이 매 권 등장한다. 아파서 기억에 남는 상처가 아니라 아름다워서 스며드는 것 같은 느낌?
이 책에서 신의 존재는 드러나지 않는다.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것은 선한 등장인물들 뿐이고, 주인공의 아내 하루나가 여행 후면 늘 찾는 동네의 신사에서만 그의 흔적을 살짝 느낄 뿐이다. 더불어 신화라면 나와야 할 필수요소, 신의 권능인 기적도 이야기 내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주인공이 최선을 다 해도 떠나갈 환자는 떠나가고, 소중한 사람도 돌아갈 자리로 돌아가게 되고, 해피엔딩을 맞지도 않는다. 자리를 지키는 사람이 있고 못지킨 사람이 있고, 새 자리를 찾아 떠나는 사람이 있을 뿐.
그럼에도 이 책의 제목이 신의 카르테가 될 수 있는 것은 그 모든 일들이 인간의 끔찍한 노력과 고민으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답이 없는 일임에도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 길 없는 망망대해에서 자신은 어느 방향으로 향할 것인지 정하는 일은 끔찍할 정도로 괴롭고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나같은 사람은 쉽게 포기해버리는 이 분야를 선한 의지를 지켜가면서 계속하는 일이야 말로 신이 내릴법한 기적같은 일이고, 또 어쩌면 그런 사람들이야 말로 신의 경지에 도달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인상 깊었던 장면은 스포니까 맘 속에 담아두고
인상 깊었던 구절은
부장 선생님이었으면 환자를 창문 밖으로 내던져서 정형외과로 보내버렸을 지도 모른다.
아니 정형외과는 무슨 죄로 말안듣는 환자를 받아욧!!!!
안그래도 오만데서 굴러들어오는 환자를 받아내는 OS의 내친구가 생각나서 저 구절을 보내줬더니
친구는 닥터도 짜증난다며 갑질하는 닥터들을 어두운 골목에서 때리고 싶을 때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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