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에 대해 일곱명의 작가들이 쓴 단편소설 모음집
요리는 필연적으로 음식이라는 결과물을 남긴다. 그리고 보통의 경우엔 당연히 식사를 동반한다. 내가 먹을 밥이든 남이 먹을 밥이든 우리가 먹을 밥이든 … 음식은 먹는 것이므로. 또 모든 존재에게 식사란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행위임을 생각하면 이 주제로 얼마나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질 수 있는지는 쉽게 추측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훌륭한 주제다.
각각의 이야기는 비슷한 부분도 있고 그러면서도 무척이나 다르다. 나는 최은영작가의 이야기가 무척이나 와닿아서 사람들이 가득한 카페의 구석에서 눈물을 훔칠 뻔 했다. 내가 모르는 세상의 이면은 무척이나 많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에겐 공감능력이란게 있어서, 세상이 자신에게 보여주지 않은 모습도 충분히 타인을 통해 느낄 수 있다. 그럴 때, 나는 나의 무지가 죄송하고 후회되면서도, 여전히 할 수 있는것이 없을지도 모른다. 이 소설의 화자는 그런 생각을 하며 미역국을 끓인다. 세상에게 당한 언니와, 자신처럼 무력함을 겪은 일종의 동지인 당신을 위하여. 무력함을 느낀 사람의 심정을 담아내어서 무척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그 사람들의 인생은 어떻게든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희망차지도 않게 그렇다고 완전히 무너지지도 않은 모습으로 무미건조하게 그려낸 것도 좋았다. 우리가 꼭 드라마에서 벌어지는 방식으로 보여지듯 속이 상하지 않잖아? 그냥 미역국을 끓이면서 혼자, 가만히 생각의 길을 따라 걷다보면 마주하는 기억들과 그때의 감정과 나의후회와 존재의 나약함이 새삼스럽고도 조용히 나를무너뜨리는 거지. 그러나 나를 완전히 파괴시키지는 못하고 나는 다시 그렇게 또 사는거고.
소설 속에는 음식점에서 낙지를 자르는 이의 이야기도 나오고, 커피를 내리는 사람의 이야기도, 남에게 밀푀유 나베를 끓여주는 이야기도 나온다. 각각의 손길에 사정이 담겨있다는게, 사정 없는 사람은 정말 없겠다 싶기도 하고 당장의 내 식사를 되돌아보게 되기도 하고 … 거기에도 사정이란게 있음이 분명하기에. 그러니까 우리는 좀 더 다른 사람과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하는 거겠지. 나도 되돌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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