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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니시

쨈에 관하여

나는 쨈 욕심이 많다.
매일 같은 쨈을 먹기 싫어서 쨈을 네개나 샀다. 오렌지마멀레이드, 블루베리쨈, 석류쨈 그리고 밤쨈.

그런데 한 날, 아침까지만 해도 있었던 오렌지 쨈이 사라져버렸다.

속상했다. 돈이 없어서 이제 쨈을 더 사지도 못하는데, 상큼함을 담당하던 오렌지마멀레이드 쨈이 사라져버리다니.

쨈이 사라진 걸 발견하자마자 나는 내 쨈이 없어져버렸어! 하고 동네방네 소문을 냈다. 나는 이미 내 시리얼이 두번이나 털렸고 나 말고도 필라델피아치즈, 누텔레, 빵등등을 훔침당한 애들이 있었기에 모두들 또??? 이건 누구냐!!!하고 진지하게 받아들여주었다. 나는 얼마정도 먹었다 하더라도 쨈을 돌려받고 싶어서 포스트있을 써가지고는 냉장고와 부엌 선반에다가 붙여놓았다.



하지만 3일이 되도록 쨈을 원래자리에 가져다 놓는 사람은 없었고... 나는 오늘 장을 보러가가지고는 내가 잃어버린 쨈을 보며 한참을 앓았다.


그리곤 안되겠어!! 사진을 첨부해서 우리층 페이스북에 올리겠어!!하고 사진을 찍어서 기숙사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층 메이트를 만났는데
"놀라운 사실이 있어! 쌤 너 방문 앞에 누가 쨈을 가져다 놓았던데. 너가 쓴 포스트잍이 거기 붙여져 있더라"하는 이야기를 층 메이트가 해주었다.
같이 장을 본 동생과 나는 드디에 돌려받았구나~ 얼마나 먹었는진 모르지만 일단 받기는 했군.. 혹시 악감정으로 침뱉어놓진 않았겠지? 나쁜자식 걸리면 주겨버리겠어 등등의 훔쳐간 놈이자 양심에 찔려 다시 먹던 쨈을 돌려준 놈에 대한 욕을 하며 우리 층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나를 반긴 것은 내 쨈이 아니라...

 처음보는 새 쨈이었다

동생과 나는
이 비러먹을 놈이 비싼 쨈은 다 처먹고 (내 쨈이 거의 제일 비싼 쨈 이었으므로) 싸구려 쨈을 사놓았군!! 그래도 봐준다 나쁜놈의 시끼!!! 양심은 있나보네!!! 근데 왜 방문 앞에 놔두고 난리냐!! 원래 있던 냉장고자리에 놔뚸야지!!
하고 욕아닌 욕을 했다.


그리고는 저녁먹고 노닥거리다가 친하게 지내던 일본애한테 "내가 대박인거 말해주까?? 내 쨈을 돌려받았어. 그 망할 개시끼가 새 쨈을 사다준거있지!!!!"하고 좋은 소식을 들려줬다.

근데 아이러니하게도 애가 빵터지는것 아닌가. 그러면서 "나 그애 알아ㅋㅋㅋㅋ누가ㅋㅋㅋㅋ했는지 알아ㅋㅋㅋㅋㅋ"하고 한참을 웃었다.
 다급해진 나는 얘를 붙잡고 누구야!! 그 망할 시끼가 누구야!!했는데 "아냐. 절대 너 쨈을 훔쳐갔을 사람이 아니야 정말로. 근데 누가 했는지는 자기가 안 밝히고 싶어할걸."하고 말했다. 나는 의심많은 한국인이라서 "정말??확실해?? 나 사실 오늘 그 쨈을 못 잊어서 마트에서 사진도 찍어왔다구ㅠㅠ"하고 다시 물었다.
다시 물어도 대답은 definitely yes.

알고보니 우리층에 정말 착한 아이가 내가 포스트 잍을 붙여놓은걸 보고 새 쨈을 사다가  몰래 내 방앞에 가져다 둔거였다... 갬덩...
일본애랑 같이 쇼핑을 가서 이 쨈이랑 이 쨈중에 뭐가 더 샘 쨈같아?하고 물었다는데 그때까지는 나한테 줄 쨈인지 일본 애도 몰랐다고 했다.
어헝헣헝... 갬덩의 물결... 그리고 미안해서 뭔가 쨈을 먹지 못하겟다. 뭐라고 고맙다고 해야할 것 같은데 뭘 사다주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렇게 쨈 사건은 (종료되진 않았지만) 이렇게 흘러간 걸로.


난 늘 일이 일어나면 한번씩 발작적으로 일을 키워버리는데 이렇게 남이 내 징징거림을 받아주는 걸로 손쉽게 일이 끝나버리곤 한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라니 아이러니하군. 전에는 이걸로 자존감이 낮아지고 역시 나는 쓸데없는데 일이나 키우고 님한테 피해나 주는 인간이야하고 생각해버려서 너무나 괴로웠는데 이제는 좀 달리 생각해보려고 노력중이다. 그래도 남이 나를 도와서 문제를 해결해주려고는 하는 거니까?(근데 조용히 하라고 하는거면 어쩌지 흑흑)

아무튼 그로하다.. 문제가 풀려도 싱숭생숭한 맘은 그대로... 무튼 그 친구에게는 고맙다고 해야게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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